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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05 결혼여부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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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나이다 보니, 몇 년 전부터 낯선 사람과 인사를 나눈 뒤 5분쯤 지나 서로 화제가 떨어지면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결혼은 하셨나요?” 아니라는 내 대답엔 어김없이 추가 질문이 돌아온다. “왜 아직 안하셨나요?”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이런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도대체 왜 장가를 안가냐?” 다년간에 걸쳐 개발된 나의 역공은 이렇다. “사람은 원래 혼자 태어나 혼자 살아가지 않았나? 만약에 누군가가 결혼을 하겠다고 이야기 한다면, 그 사람에게 도대체 왜 지금까지 쭉 혼자사시다가 결혼이라는 변화를 택하시게 된 건가요라고 물어봐야 논리적으로 옳은 것이 아닐까?”


며칠 전 한 공중파 TV의 토크쇼에 패널로 출연했었다. 그 날의 이야기는 노총각, 노처녀와 노총각, 노처녀 자식을 둔 부모들의 입장에 관한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애초 의도는 양측의 입장이 가진 차이를 들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시작되자, 어머니들의 기세에 눌린 노총각, 노처녀 패널들은 괜찮은 변명 한 번 날려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렸다. 방청객까지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 분위기를 대충 짐작은 하시리라. 어찌되었건 심각한 토론 프로그램은 아니었으니 웃고 떠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녹화를 끝내고 방송국을 나서는 순간 익숙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은 왜 남들의 결혼에 그토록 관심이 많을 걸까?’


팝 음악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상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다. 긴 여행 동안 옆 좌석의 외국인들과 가끔 대화를 나누게 되지만, 단 한 번도 “결혼을 왜 안했나요?”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은 없다. 오히려 짧은 영어 탓에 아는 단어를 총 동원해야 하는 내 입에서 종종 이런 질문이 나올 때가 있다. 영국행 비행기에 탔을 때, 무례한(!) 내 질문에 나이 쉰을 훌쩍 넘긴 듯 한 영국인은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혼자 사는 게 편하다보니 결혼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했던 적이 없는 것 같군요. 대신 일 년에 두 번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자동차를 좋아하다 보니 스포츠카를 세 대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도 여유롭게 느껴지던 그 중년 영국인의 대답에 내가 얼마나 생각 없는 질문을 던졌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이며, 더구나 그 결정은 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한 다는 것을.


난 독신주의를 부르짖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그래서 매년 설문조사 기관이 발표하는 결혼 적령기에 관한 사회의식 조사를 보면 씁쓸해질 때가 있다. 남자 31살, 여자 29살이라는 평균을 추출하고 은밀한 사회적 압력을 가해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의 결혼은 현실이란 땅에서 발을 띤 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20대 초반에 이미 결혼의 경제적 조건을 갖춘 사람도 있겠지만, 나이 마흔이 되도록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언제나 똑같다. “왜 결혼 안하셨어요?” 이 질문 속엔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이해 따윈 담겨 있지 않다.


결혼을 통한 건강한 가족의 생성이 사회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조건임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야한다는 식의 사회적 통념의 마지노선을 나이에 그어 놓고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 아닐까? 개인이 가진 상황이나 가치관은 배려하지 않은 채,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문화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결혼을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그 사람의 결혼에 관심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돌아서면 잊어버릴 상투적인 인사말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것을. 스무 살을 넘겨 성인이라는 자격증을 받았다면, 결혼은 그 당사자에게 맡기는 편한(!) 세상을 꿈꿔본다.


 * 6월 1일 경향신문 오피니언 판에 실었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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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cosmile